내 이름은 '잡초' 아닌 '자리공'
골목길,
관리하지 않은 듯한 화분에 자주색 예쁜
열매가 열린 식물이 보입니다.
어릴 적 밭둑이나 뒷산에서 보았던 식물,
독초라고 알려진 '자리공'입니다.
누군가 독초인 자리공을 관상용으로
심지는 않았겠지요
생명력이 강한 잡초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혼자 뒷골목 화분에
조용히 안착하여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이렇듯
예쁜 열매를 맺었겠지요
자리공은 다년생 초본으로 종자나
근경으로 번식하며,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토종 자리공이 있지마는 도심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 미국 자리공
입니다.
자리공은 6월~9월에 붉은빛이 도는
백색 꽃이 피며,
열매는 적자주색입니다.
자리공의 자주색 열매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먹음직스럽고
탐스럽습니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다가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도심 뒷골목에 잡초처럼 자라고 있는
식물의 열매를 먹어 볼 용기는
없습니다.
자리공의 열매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무심코 씹었다간 혀와 입안이 얼마간
마비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시골 출신들은 경험해 보왔겠지만
자리공 열매와 뿌리의 즙을 내어 냇가에
뿌려 고기를 잡던 경험과
자주색 자리공 열매의 즙으로 손톱을
염색하던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자리공이 독초라고 아주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님들은 초봄 자리공 새순으로 법제를
해서 맛있는 나물 요리를 만들어 먹고
농부님 들은 자리공의 뿌리와 전초를
삶아낸 물을 이용하여 작물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천연 살충제 또는 벌레 기피제로
활용하여 친환경 농사를 짓는데 사용합니다.
자리공 열매를 짓이기면 자줏빛 즙이
나오는데 예전부터 이 즙을 염색 원료로
이용해 왔습니다.
종이와 옷감을 물들이는데 자리공의
자주색 만큼 선명하고 예쁜 것도
드물다고 합니다.
또한, 자리공은 환경오염의 척도가 되는
지표식물이기도 합니다.
자리공은 산성화된 토양에서 다른 종보다
번식을 잘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자리공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면 그곳의 토양이 산성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리공은 잡초입니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 잡초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인디언들은 작물과 잡초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식물에는 그들만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뒷골목에 홀로 자라고 있는 자리공도
자신만의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자리공처럼 잡초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존재 이유는 그 잡초의 이름을 불러주고
다가가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달라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는
이름조차 모르는 뒷골목 잡초들에게도
우리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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